[쿠키 사회] 최근 4·11 총선 공약으로 ‘사병 월급 인상’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달 10만원도 채 안되는 사병 월급으로 따듯한 전우애를 보여준 사례가 온라인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5일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값진 군인 월급’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의 배경은 2008~2009년으로 글쓴이가 군 시절을 회상하며 작성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A병사는 전역을 몇 주 앞두고 월급 통장을 확인했다. 몇 달 전 체크카드를 잃어버린 덕분에 통장에는 5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 모여 있었다. 한달에 9만7500원씩 5달치 월급이었다.
A씨는 “50만원으로 주식을 한 주 살까? 술을 마실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PX에서 이것저것 사 먹었을 돈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적은 돈이지만 소대원의 꿈을 위해 쓰기로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그날 이후부터 소대원들의 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소대원들의 꿈은 다양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해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게 꿈인 병사, 축구장 벤치신세를 면하고 베스트11에 들고 싶은 병사. 또 이리저리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미술을 다시 하는 게 꿈인 병사, 태어나서 공부라곤 한번도 안 해봤지만 일본가는 게 꿈이라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은 병사도 있었다.
소대원들의 꿈을 조사한 A씨는 인터넷으로 병사 한명 한명의 꿈에 맞는 책을 주문했다. 주문한 책은 ‘뜯어 먹는 고등 영단어 완성’, ‘태권도 품새 교본’, ‘대검(대입검정) 기출문제집’, ‘이미지로 보는 서양미술사’ 등 이었다. 책 외에도 축구공, 다이어리 등 소대원들의 꿈에 맞는 선물도 샀다.
드디어 전역일. A씨는 소대원 한명 한명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지금 가지고 있는 그 꿈, 절대 잊지 말고 꼭 이뤄라”며 “내가 지금까지 힘든 군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루고 싶은 꿈이 었어서였다”고 말해줬다. 이어 “이 세상에 크든 작든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꿈에 대한희망을 잃지 말고 견뎌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글의 마지막에 전역 당일 소대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30여명의 병사들은 각각 받은 선물을 손에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