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농촌의 자금조달 방법의 유일한 수단은 쌀 등 곡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었습니다. 필자가 중학교를 다닐 때에도 늘 쌀이나 보리 등을 팔아 등록금을 내곤 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50년 전에는 시골에서 큰 부자라야 자식 하나 쯤 중학교에 보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꼭 거래하시는 쌀가게만을 다니셨는데 그 쌀가게에서는 쌀을 팔러오는 사람이나 사가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팔러오는 사람에게는 빨래비누를 주었고, 사가는 사람에게는 성냥을 주었기에 그거라도 덤을 얻으려고 사람들은 모두 그 가게를 이용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쌀가게에는 사람이 없어도 그 가게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곤 했었습니다. 얼마 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느 중개업소에서도 메모지를 각 세대에 돌리더군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 메모지를 만들어 돌리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쌀가게의 선물공세나 중개업소의 메모지 선물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 같지만 10만 원으로 100만 원의 이득을 노리는 세심한 배려가 있는 일이라고 보는데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주고받는 미덕 속에 거래는 싹튼다, 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집을 팔아야 하실 분들께서는 한 달에 한 번은 고사하고 1년에 한 번만이라도 맛있는 음식 장만했을 때 이웃 중개업소에 한 상 차려 주심이 어떨는지요. 맛있는 음식 얻어먹은 중개업소 직원들이 입을 싹 씻어 버릴까요? 나중에 집 팔겠다고 내 놓으면 만사 제쳐놓고 그 집부터 팔아 주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집을 사실 분들은 어떻고요? 우선 지역과 주택이 마음에 든다면 하다못해 꽈배기라도 한 봉지 사 들고 가서 중개사님과 실장님 앞에 내 놔 보십시오.. 불과 몇 천 원의 소비가 몇 천만 원의 이득을 가져오기도 할 것이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 유리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입니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일도 장사다>>
어느 시골 장터에 젊은 과수댁(寡守宅)이 국밥집을 하고 있었는데 국밥집의 단골메뉴는 아무래도 막걸 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장터에 나온 사람들이나 평소에도 그 부근을 지나는 사람들은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늘 그 과수댁의 국밥집을 들리곤 했답니다.
그런데 이 국밥집에는 평소에도 사람이 끊이지 아니하여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나중에 과수댁은 큰 부자가 됐었다고 하는데 그 과수댁에게는 장사를 잘 하는 비법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 비법이 무얼까요.
복동이 아범이 오건 쇠똥이 삼촌이 오건 항아리로 된 술병을 갖다 줄 때 언제나 과수댁은 손님의 귀에다 입을 대고 “술병에 술을 한 잔 더 담았으니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을 지켜 달라” 는 당부를 했었다는 겁니다. 그 손님은 과수댁이 자기만을 좋아하는 줄 알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국밥집만을 찾았겠지요. 모든 손님들이 다 그러했다는 얘기입니다.
집을 파실 분들께서는 오늘부터 과수댁의 판매 방법을 터득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온 동네 중개업소에 모조리 집을 내 놓는 방법은 서투른 방법입니다. 몇 곳 다녀 보시고 인터넷 구축이 완벽하고 중개사가 예의 바르고 실력이 있으며 실장 등 직원들의 용모가 단정한 곳을 한 곳 찍어 그곳에만 매물을 내놔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한 곳에만 내놔도 동네방네 다 연락이 돼서 다른 업소에서도 중개가 가능한 시대가 됐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세요. “나는 죽으나 사나 이 업소에만 매물을 내놨으니 그 책임을 다하라. 수수료는 두둑이 주겠다. 어려 곳 다녀 봤는데 이 업소가 맘에 와 닿고 사람들이 좋아서 정이 간다.” 라고-
이렇게 해 놓으면 매기가 아주 끊어지지 않은 이상 며칠 내로 반드시 연락이 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혼자 맘대로 가격을 정하지 말고 시세와 적정해야 되는 일이므로 중개사와 미리 가격을 절충하시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5억이 적정선인데 매도인 혼자서만 6억을 고집하게 되면 그 매물은 생전가도 다람쥐 쳇바퀴가 될 뿐이고 나중에는 중개사도 지쳐서 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은 살 때의 가격과 보유기간을 감안하여 팔 때의 가격사이에 어느 정도 갭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서 팔아야 하는 것이므로 결국은 파는 일도 장사가 되는 처지가 되고 사는 일도 장사가 되는 이치가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의 온도계는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온도계를 유심히 보십시오. 아침저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모습을 보실 겁니다. 부동산도 어제와 오늘의 온도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제는 섭씨 10도였는데 왜 오늘은 9도로 내려갔느냐고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주식시장도 매일 온도계의 눈금은 다르게 나타나고 환율의 온도계도 매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부동산 온도계만 그대로 있거나 계속 오르거나 내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팔고 낮은 온도에서 살 수 있는 건 자신의 복불복(福不福)이겠지요.
부동산시장에서 특이한 현상 한 가지는 온도계가 계속 옆걸음질을 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요즘이 그렇습니다. 오르지도 아니하고 내리지도 아니한 체 옆으로 가는 현상을 가재걸음이라고 하는데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이 줄다리기를 할 때에는 늘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더군요.
부동산시장이 옆걸음질을 칠 때에는 초보들은 팔고 고수들은 사는 시기로 점을 치기도 합니다마는 꼭 그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고 오히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러다 더 내려가는 수도 있고 더 오르는 수도 있어서 분간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한 후 사무실 마당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정원에는 벌써 벚꽃이 활짝 피었음을 봤습니다. 부동산 일이 바빴는지, 법률사무의 일이 바빴는지 꽃이 피는 줄도 몰랐습니다마는 요즘 부동산 상담이 많아진 걸 보니 아마 부동산이 꽃보다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깊은 강물의 바닥을 알 수 없듯이 부동산 시장도 바닥이 깊은지 늘 바닥 확인 중이라는 말들만 하고 있습니다. 그 깊은 강물 속에 800조원의 시중 부동자금이 갈아 앉은 모양인데 이게 풀리기 시작하면 눈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이 되네요.
<<안개꽃 부동산은 글쎄요>>
꽃다발 선물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꽃다발 선물 중 아흔아홉은 꼭 안개꽃이 장미꽃이나 백합을 감싸고 있음을 보셨을 겁니다. 안개꽃만으로 된 꽃다발은 전혀 받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러신가요?
부동산에도 장미꽃이나 백합이 있고 안개꽃도 있습니다. 안개꽃 같은 부동산들은 장미꽃이나 백합꽃 같은 부동산이 빛을 내도록 주위를 감싸고 있더군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장미꽃이나 백합 옆에 붙어서 시세에 뒤떨어진 부동산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부동산들은 대개 옆에 있는 장미꽃이나 백합의 이름을 팔아가며 시세유지를 하고 있기도 하는데 장미꽃이 시들게 되면 안개꽃은 아주 죽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므로 구입에는 조심을 하시라는 말씀들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도 부동산 시장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라는 식으로 가고 있긴 합니다만 그 거리는 점점 좁혀가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흉년도 걱정, 풍년도 걱정“ 이라는 말은 어쩜 부동산 시장에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는지 모르겠네요.
부동산은 쉽게 생각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뇌 세포를 고생시키기도 하지만 꼭 잘못 고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더군요. 선을 너무 자주 보게 되면 마지막에는 진짜 못난이를 고르는 일과 흡사하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글을 맺습니다. 부동산매매는 내가 장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거래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고, 돈에다 물건을 맞추는 일과 물건에다 돈을 맞추는 일은 자신의 능력과 비례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나 사는 부동산, 아무나 못 사는 부동산- 여러분은 어느 쪽에 서시겠습니까?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윤 정 웅